우리는 보통 근육이라고 하면 멋진 몸매를 만들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기 위한 '운동 기관'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근육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내분비 기관(Endocrine Organ)'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근육을 수축하며 운동할 때, 근육 세포에서는 수백 가지의 유익한 물질이 혈액 속으로 뿜어져 나옵니다. 이를 통칭하여 '마이오카인(Myokine)'이라고 부릅니다. 이 물질들은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며 암세포를 공격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뇌 건강까지 지켜줍니다. 오늘은 우리가 왜 근육을 '저축'해야 하는지, 마이오카인의 놀라운 힘에 대해 간호사의 시선에서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1. 근육에서 분비되는 마법의 신호탄, 마이오카인이란?
마이오카인은 '근육(Myo)'과 '작동하다(Kine)'의 합성어입니다. 근육이 수축할 때 생성되어 다른 장기로 신호를 전달하는 일종의 호르몬 같은 단백질이죠. 덴마크의 벤테 페데르센 교수가 처음 발견한 이 물질은, 우리가 운동을 할 때 비로소 분비가 시작됩니다.
"앉아 있을 때는 잠잠하던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온몸에 치유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이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우리 몸 안에는 이미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강력한 약국이 있는 셈입니다."
2. 암세포를 억제하고 지방을 태우는 '이리신(Irisin)'
수백 가지 마이오카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이리신(Irisin)'입니다. 이리신은 우리 몸에 다음과 같은 놀라운 변화를 일으킵니다.
- 천연 항암 효과: 이리신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사멸을 유도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특히 유방암과 대장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 지방 연소 스위치: 나쁜 지방인 '백색 지방'을 에너지를 태우는 '갈색 지방'으로 변환시켜 다이어트와 대사 증후군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 뇌 기능 향상: 뇌 유래 신경 영양 인자(BDNF)의 수치를 높여 인지 기능을 개선하고 치매 예방에도 기여합니다.
운동 후에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 마이오카인이 뇌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결과입니다.
3. 어떻게 해야 마이오카인이 더 많이 나올까?
마이오카인은 단순히 움직인다고 해서 무조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강도'와 '수축'이 핵심입니다.
- 허벅지 근육을 공략하세요: 우리 몸 전체 근육의 70%가 하체에 몰려 있습니다. 스쿼트나 런지 같은 하체 운동을 할 때 가장 많은 마이오카인이 분비됩니다.
- 중강도 이상의 운동: 숨이 조금 찰 정도의 강도가 필요합니다. 근육이 '아, 이제 좀 힘들다'라고 느끼는 지점에서 마이오카인 분비 스위치가 켜집니다.
- 운동 직후의 효과: 마이오카인은 운동 중과 직후에 수치가 급격히 올라갔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옵니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자주 운동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허벅지 근육을 몇 번이나 수축하셨나요? 거창한 헬스장이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스쿼트 10번만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의 몸속 약국은 영업을 시작합니다.
4. "근육은 노후 대비 가장 확실한 연금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줄어드는 '근감소증(Sarcopenia)'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기력이 떨어지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내 몸의 항암 호르몬과 항염증 물질을 생산하는 공장이 폐쇄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환자분들을 돌보며 느끼는 점은, 근육이 있는 분들은 질병을 이겨내는 회복력부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질병이라는 파도가 덮칠 때, 근육은 여러분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떤 운동부터 시작해 보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