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는 정상인데, 저는 계속 아파요." 병원에서 일하며 환자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하소연 중 하나입니다. 엑스레이나 MRI 상으로는 뼈와 신경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목과 어깨는 늘 짓눌린 듯 무겁고 허리는 뻣뻣합니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요?
현대 의학이 주목하기 시작한 이 '미스터리한 통증'의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근막(Fascia)'입니다. 그동안 해부학 책에서 근육을 싸고 있는 단순한 포장지 취급을 받았던 근막이, 사실은 우리 몸의 형태를 유지하고 통증을 감지하는 거대한 감각 기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지긋지긋한 만성 통증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는 근막의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우리 몸의 숨겨진 네트워크, 근막이란?
근막은 글자 그대로 근육(Myo)을 감싸는 막(Fascia)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광범위합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피부 바로 아래에서부터 뼈 깊숙한 곳까지, 근육뿐만 아니라 장기, 신경, 혈관 등 우리 몸의 모든 구성 요소를 거미줄처럼 감싸고 연결하는 '연속적인 결합 조직'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귤껍질을 깠을 때 과육을 감싸고 있는 하얀 실이나, 생닭을 손질할 때 껍질과 살 사이에 있는 투명하고 얇은 막을 떠올려보세요. 그것이 바로 근막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근막에 근육보다 무려 6~10배 더 많은 감각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우리가 느끼는 '뻐근함'이나 '결림'의 신호는 근육이 아니라 근막이 보내는 비명일 가능성이 큽니다.
2. 왜 근막이 아플까? '말라버린 스펀지' 이론
건강한 근막은 물을 가득 머금은 스펀지처럼 촉촉하고 탄력이 있어서,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며(Gliding) 마찰을 줄여줍니다. 하지만 나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있거나, 반복적인 동작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막의 수분이 말라버립니다.
"말라비틀어진 스펀지가 딱딱해지듯, 수분을 잃은 근막은 뻣뻣해지고 서로 들러붙는 '유착(Adhesion)'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상태에서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 하니 통증이 생기고, 이 부위가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담'이나 '트리거 포인트(통증 유발점)'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미세한 근막의 유착은 일반적인 영상 검사로는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분이 '꾀병'이라는 오해를 받으며 고통받게 됩니다.
3. 굳어진 근막을 촉촉하게 되살리는 3가지 방법
다행히 근막은 가소성(Plasticity)이 있어서 관리하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수분 공급'과 '올바른 자극'입니다.
- '마시는 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물': 물만 많이 마신다고 근막이 촉촉해지지 않습니다. 스펀지를 물속에서 주물러야 물이 흡수되듯, 우리 몸도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스트레칭을 해줘야 체액이 근막 깊숙이 스며듭니다.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것이 최악입니다.
- 다양한 각도의 움직임: 매일 똑같은 운동만 하는 것은 특정 근막만 과사용하게 만듭니다. 평소 안 쓰던 방향으로 몸을 비틀거나 늘려주는 요가나 필라테스 동작이 근막 건강에 효과적입니다.
- 올바른 근막 이완(폼롤러): 폼롤러는 훌륭한 도구지만, 너무 강하게 문지르면 오히려 근막이 긴장하여 더 딱딱해질 수 있습니다. '아픈데 시원한' 정도의 강도로, 천천히 지그시 눌러주는 방식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