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우리는 거울 속의 뱃살과 허벅지 살을 보며 한숨을 쉽니다. "이 지긋지긋한 지방 덩어리들, 다 없애버리고 싶다!" 이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몸을 무겁게 만드는 이 지방은 '백색 지방(White Fat)'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몸속에는 이 백색 지방을 태워서 없애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지방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갈색 지방(Brown Fat)'입니다. 지방이 지방을 태운다니, 언뜻 모순처럼 들리시죠? 오늘은 우리 몸의 숨겨진 다이어트 조력자인 갈색 지방의 정체와 이를 활성화하여 '살이 잘 안 찌는 체질'로 바꾸는 과학적인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내 몸속의 천연 난로, 갈색 지방이란?
갈색 지방은 말 그대로 갈색을 띠는 지방 조직입니다. 왜 갈색일까요? 세포 내에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미토콘드리아 속의 철분 성분 때문에 붉은 갈색으로 보이는 것이죠.
백색 지방이 에너지를 유사시를 대비해 '저장'하는 창고라면, 갈색 지방은 저장된 에너지를 가져와서 열(Heat)로 '태워버리는' 용광로 역할을 합니다. 과거에는 신생아에게만 있고 성인이 되면 사라진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연구들을 통해 성인의 목 주변, 쇄골, 척추 부근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활성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똑같은 양을 먹어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안 찐다면, 그것은 단순히 소화력의 차이가 아니라 이 '갈색 지방'의 활성도 차이일 수 있습니다."
2. 어떻게 지방을 태울까? '비떨림 열 생성'의 비밀
우리가 추위를 느끼면 몸이 덜덜 떨립니다. 이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열을 내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갈색 지방은 몸을 떨지 않고도 열을 냅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비떨림 열 생성(Non-shivering Thermogenesis)'이라고 합니다.
갈색 지방 속 미토콘드리아에는 'UCP1'이라는 특수한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 단백질은 혈액 속의 포도당과 지방산을 가져와서 ATP(에너지원)로 만들지 않고, 곧바로 열로 방출해 버립니다. 즉, 잉여 칼로리가 뱃살로 저장될 틈을 주지 않고 난방비로 써버리는 셈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활성화된 갈색 지방 50g은 하루에 약 300kcal 이상의 열량을 추가로 태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밥 한 공기, 혹은 30분 이상의 조깅 효과와 맞먹습니다.
3. 잠자는 갈색 지방을 깨우는 3가지 스위치
안타깝게도 현대인의 안락한 생활(따뜻한 실내, 풍족한 음식)은 갈색 지방을 점점 퇴화시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시 깨울 수 있을까요?
① '적당한 추위'와 친해지기 (저온 요법)
가장 강력한 스위치는 '추위'입니다. 우리 몸은 체온이 떨어지면 생존을 위해 갈색 지방을 가동합니다. 16~19도 정도의 서늘한 환경에 하루 2시간 정도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 겨울철 난방 온도를 너무 높이지 않고 약간 서늘하게 유지하세요.
- 샤워 마지막에 30초~1분 정도 찬물 샤워로 마무리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단, 심혈관 질환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② 특정 음식의 도움 받기
일부 식품 성분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갈색 지방을 활성화합니다.
- 캡사이신: 고추의 매운맛 성분은 일시적으로 대사를 높이고 갈색 지방을 자극합니다.
- 카테킨, 카페인: 녹차와 커피 속 성분들도 열 생성을 돕습니다.
③ 꾸준한 중강도 운동과 '이리신'
지난 글에서 다뤘던 근육 호르몬 '이리신(Irisin)'을 기억하시나요? 운동할 때 근육에서 나오는 이리신은 백색 지방을 갈색 지방처럼 행동하는 '베이지색 지방'으로 바꿔주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결국 꾸준한 운동은 근육뿐만 아니라 좋은 지방까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